(출판업계의 어려움은 경제적 요인과 더불어,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잘못된 의식이 큰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목사와 대화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
김목사는 건너편에 있는 까페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습한 공기와 땡볓이 어울려 거리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 불과 몇미터 안되는 거리지만 이내 땀이 흘러내렸다. 까페에 들어서서 박 대표를 찾았지만 아직 오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아닌데도 까페 안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비교적 사람들이 없는 널찍한 쪽을 택해 앉아 바깥 거리를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든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 분도 안되었을까 이리로 향하고 있는 박대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뵌지 이 년도 넘었네요. 김목사가 일어나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건넸다.
그렇게 되었지요? 무슨 특별한 일이 있으셔서 한국에 들어오신 건가요?
글쎄요. 특별한 일은 없고요. 한 달 휴가를 내서 들어왔습니다. 앉읍시다.
요즘 출판 업계가 어떤가요?
어휴. 목사님 사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아마 매주 하나씩 기독교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라면 이해하시겠지요. 팩스가 하나 들어옵니다. 읽어보면 서점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하는 내용이지요. 이번에도 청주에서 한 기독교 서점이 정리 즉 폐업하겠다는 팩스를 받았지요.
그렇게 어려운 이유가 뭡니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악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생활이 어려우면 먼저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먹는 것입니다. 입는 것은 그 다음이지요. 먹고 사는 것도 힘든 데 책을 사 본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하기 쉽지 않지요. 경제학자들이 IMF를 극복한 나라들을 조사해보았다지요. 그 경제 위기를 극복한 그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즉 경제 위기를 지내면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지요. 중간계급인 중산층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중산층이 없어지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지요. 그래서 요즘 정부의 중요한 정책중에 하나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거두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대표님, 그러면 경제적인 이유 말고 다른 이유도 있나요?
있습니다. 바로 책에 대한 국민 의식입니다. 옛날부터 우리들은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들 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어서 그런지 남의 책을 거리낌 없이 도둑질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목사님, 저는 기독교 출판협회 임원입니다. 엇그제 회의가 있었지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 츨판사 대표가 올린 안건입니다. 요즘 한 인터넷에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을 PDF 파일로 만들어서 보내주는 불법 사이트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고속 스캐너가 나오면서 책을 낫장으로 만든 다음 고속 스캐너로 앞 뒤를 스캔해서 PDF로 만들어서 요청하는 사람에게 보내주는 서비스이지요. 그런데 목사님, 더 경악할 일이 뭔지 아십니까? 그 출판사에서 그 사이트를 알아보니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한 작은 교회 목사님이라는 겁니다.
김목사는 고개를 끄떡일 뿐 말이 없었다.
목사님, 그뿐 아닙니다. 이런 일도 있습니다. 요즘 신학생들 세 명이 3만원씩 붓는 계를 든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계를 탄 학생은 9만원을 가지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신학 서적을 삽니다. 사 놓은 책의 등을 모두 작두와 같은 제본기로 잘라서 낫장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스캐너로 읽어서 나머지 두 학생에게 보냅니다. 계를 탄 학생이 총대를 지는 것이지요. 그 신학생들은 앞으로 졸업하면 모두 목사가 될텐데 말입니다. 글쎄 어떻게 강대상에 서서 설교를 할 지 걱정입니다.
의식 문제네요. 김목사가 겨우 붙인 말이었다.
목사님, 영국에서는 국민들이 남의 책 한 장만 복사해도 죄의식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책 도둑은 도둑도 아니야"라며 죄의식은 커녕 오히려 책 하나 거져 얻었다는 만족감을 갖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불법으로 스캔하는 한 사람만 문제가 아니라 그런 자료를 거져 얻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문제이지요. 기술이 발달되어 가면서 책을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놀랍게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전자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지요. 문제는 그 전자책에 락을 걸어서 복사하지 못하게 해놓으면 또 그것을 해커들이 쉽게 풀어놓는 방법을 개발한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방법을 본인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유포시켜 너나 없이 그 방법을 사용해서 락을 풀 수 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의식이 문제이지요. 사람들의 의식이 말입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김목사의 머리 속에 컴퓨터 프로그램 하나기 떠올랐다. 지난 여름인가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은 구할 수 있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서 불법 복사로 사용해 왔던 프로그램이었다. 김목사는 자신 속에도 그런 잘못된 의식이 있음을 알고는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김에 제 값을 지불하고 그 프로그램을 구입하기로 했다.